한국 외래종 유입 06. 도심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곤충
도심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 아파트 단지, 공원에서의 침투 사례
최근 한국의 도심에서 외래종 곤충이 출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도심 공원, 산책로, 유치원 인근 등 사람들의 생활공간에까지 외래종이 침투하면서 생태계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외래 곤충은 본래 해외에서 유입된 생물로, 토착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종이다. 이들은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한번 침투하면 빠르게 확산된다. 도심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서식지로 작용하며, 인공적인 구조물, 따뜻한 미기후, 풍부한 먹이가 곤충 정착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외래종 곤충은 더 이상 시골의 문제나 자연 생태계의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도시 속에서 생물학적 위협과 함께 살고 있다.
실제 침투 사례 – 어디까지 들어왔나
가장 대표적인 외래종 곤충은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이다. 이 곤충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과 한국에 유입된 외래종으로, 도시 지역 외벽,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주변 등에 둥지를 튼다. 둥지는 대부분 회색빛의 종이처럼 생긴 구조로, 건물의 틈새나 나무와 건축물 사이에 잘 형성된다. 등검은말벌은 공격성이 매우 강하며, 특히 둥지 주변 3~5m 내에 사람이 접근할 경우 집단 공격을 가한다. 실제로 2022년 서울 강동구 아파트 단지에서 말벌 공격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또한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 역시 도심 침투 가능성이 높은 외래종이다. 이 개미는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빠르게 군체를 형성하며, 아스팔트 틈, 벽돌 사이, 어린이 놀이터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붉은불개미는 강한 독성을 가진 침을 가지고 있으며, 인체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2018년 부산항에서 첫 발견된 이후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 지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심 서식이 쉬운 이유와 구조적 문제
외래종 곤충이 도심에 정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도시의 온열섬 현상 때문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도시는 주변보다 평균 기온이 높고, 겨울철에도 냉각이 덜해 곤충이 월동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둘째, 인공조명과 쓰레기, 조경시설 등은 곤충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한다. 공원, 정원, 학교 주변의 가로수나 화단은 외래 곤충의 산란지로 최적의 조건이다.
또한, 도심은 곤충 감시와 방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농촌지역은 농업 피해가 명확하기 때문에 방제 인력이 집중되지만, 도시에서는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방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즉, 외래종 곤충은 인식의 사각지대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공시설물의 구조적 특성(에어벤트, 건물 틈, 지하 배수구 등)이 외래 곤충에게 은신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대응은 ?
도심 속 외래 곤충의 위협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도시 환경을 고려한 방제 전략을 별도로 수립해야 하며, 아파트 관리사무소, 구청, 시민단체 등이 연계된 지역 맞춤형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 역시 곤충 발견 시 즉시 신고하는 습관, 캠핑 장비 소독, 실내외 공간 청결 관리 등 일상 속 실천이 요구된다. 외래 곤충은 단순한 불청객이 아니라, 도심 안전을 위협하는 생물학적 침입자다. 우리는 그 존재를 인식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